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독보적 아저씨 캐릭터!
몹시 호기심 많고, 엉뚱하고, 신선할 만큼 솔직한 50대가
긴 세월 꾸준하게 써온 ‘좋은 마음 탐구기(記)’
이 책은 《샘터》발행인 김성구의 첫 번째 산문집으로 2003년부터 2018년 초반까지 연재한 칼럼을 한데 모아 새롭게 선보인다. 《샘터》는 올해로 48주년을 맞는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로 보통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담은 국민 잡지이다. 발행인 칼럼은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누구보다 많이 접한 저자가 독자들에게 건네는 이야기로 꾸며진다.
솔직하고 호기심 왕성한 저자의 성향이 글에 고스란히 배어 있으며, “정말로 이 글을 발행인이 직접 쓰는 건가?” 하는 질문이 회사로 간혹 오곤 했다. 처음에는 질문의 진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혹시 글이 이상한가?’라고 생각한 직원들은 이어 독자들에게 “(생각보다) 잘 써서”, “너무 재미있어서”라는 답을 돌려받곤 했다. 재지 않고 소박하고 위트 있게 쓴 글들은 긴 시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루하고 지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긍정 에세이집으로 인생이 마냥 좋지만도, 나쁘지만도 않기 때문에 매순간 좋은 마음을 탐구하며 즐겁게 살아가보자는 저자의 철학을 만날 수 있다. 취미와 취향을 갖고 노년을 즐겁게 살고 싶은 이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글이다.
*1970년 4월 창간한 《샘터》는 지난 48년간 단 한 권의 결호 없이 579권(2018년 5월호 기준)을 발행해온 국내 최장수 교양지이다. 발행인 김성구는 《샘터》를 통해 피천득, 정채봉, 최인호, 장영희 등 걸출한 작가와 교류했으며, 법정 스님, 이해인 수녀 등 종교계 필진과도 친분을 나눴다.
<내가 저자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 세 가지> 이해인(수녀?시인) 추천사
첫째로 그는 소재를 먼 곳이 아닌 가까운 주변에서 찾는다. 글에서 일상의 구체성과 평범함이 지닌 향기가 묻어나는 이유다. 둘째로 누구를 함부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본인 먼저 반성하는 겸손의 고백이다. 읽는 이에게 가족 같은 친근함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언제 읽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대하는 긍정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그래서 길지도 않은 그 칼럼이 독자에게 ‘다시 살고 싶은’ 힘과 용기를 준다. 창가에 앉아 바느질하며 들으면 마음의 샘에 잔잔한 평화가 고이는 비올라 연주를 듣는 것 같다고나 할까.
■ 007을 꿈꾸던 남자, 첩보전 대신 좋은 마음에 몰두하다!
저자는 어린 시절, 007 제임스 본드가 되는 별스러운 꿈을 가지고 있었다. 사막이나 북극에 혼자 떨어져도 살아날 수 있는 만능인이 돼야 한다는 꽤 구체적인 목표로 합기도, 패러글라이딩, 스킨스쿠버, 테니스, 마라톤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했다. 물론 직업적으로 그 꿈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잡지 발행인이 되어 첩보전을 펼치듯 치열하게 ‘무엇’을 찾는 데 몰두한다. 행복, 정직, 자연, 동심처럼 소중하지만 늘 잊고 사는 가치이다. 이러한 가치를 담은 저자의 글들은 일상 속 크고 작게 마음이 동요하는 곤란한 순간에 평상심과 희망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다독임이 된다. 긴 시간 저자가 써내려간 글에는 행복과 순수, 배움과 용기, 감탄과 깨달음 등 다양한 마음이 들어 있다. 때론 모자라고 서툰 마음,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 부끄러운 마음, 막막하거나 엉뚱한 마음도 보인다. 저자가 켜켜이 쌓아온 마음, 이를 대하는 자세는 누구나 겪을 서툰 마음에 “좋아요, 그런 마음”이라는 긍정의 응원이 된다.
저마다 타고난 재주도 다르고 모양새도 다른 사람들이 한평생 살아가는 모습은 분명 다 다릅니다. 그 많은 사람 중 과연 누구를 평범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요? (…) 걷고 듣고 보고 숨을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이 순간, 그 자체가 완벽한 행복이 아닐까요. 평범이란 결국 어떤 조건이 아니라, 우리가 자꾸만 잊고 살게 되는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은 아닐까요. (p.22~24 당신은 평범한 사람인가요?)
병아리 눈빛들이 일제히 저를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 덥수룩하게 수염이 난 걸 보면 할아버지 같기도 한데, 자세히 보면 잠시 후에 볼 아동극의 주인공 같기도 하고…. 호기심을 참지 못한 어느 장난꾸러기는 제 수염을 당겨보기까지 합니다. (…) 지친 몸을 추스르고 일상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은 거창하고 요란한 자극이 아닙니다. 생기 넘치는 아이들, 호기심이 가득 찬 아이들의 눈망울을 바라보는, 아주 ‘사소한 기쁨’에서 온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p.108~111 삶이 찌뿌드드한가요?)
■ 엉뚱하고 잔정 많은 김 사장의 ‘단짠’ 라이프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지!’ 모퉁이를 싹 도는데 그 나무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모두 봄꽃을 피웠는데 그 나무만 유독 꽃봉오리를 하나도 열지 않은 채 있는 게 아닙니까. 전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습니다. “고맙다. 고마워. 기다려줘서. 늦게 와서 미안해!” 나무를 꼬옥 껴안았습니다. 다음 날 (…) 정말 그 나무는 기적처럼 나를 위해 황홀하게도 모든 꽃잎의 문을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p.73 이번엔 절대 늦지 않을게)
50대인 저자가 꼬옥 껴안은 것은 북한산 중턱에 있는 한 산벚나무다. 어느 해 봄, 저자는 자주 찾는 산벚나무에게 첫 꽃을 보고 싶다는 부탁을 해놓고는 제때 가는 걸 깜빡한다. 지천에 꽃이 만발한 늦봄이 돼서야 산을 찾은 저자는 그때까지 꽃을 피우지 못한 산벚나무를 보고 눈물을 흘린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여긴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엉뚱하지만 따뜻한 감수성으로 세상 모든 것을 살펴본다. 20년 동안 탄 자동차에게 눈치가 보여 렌터카 탈 생각을 접는가 하면, 프란체스코 교황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며 반드시 저렇게 늙고 싶다는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김 사장 인생에 웃을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믿었던 지인들에게 배신을 겪으면서도 인간에 대한 믿음까지 져버리지 않고, 삶을 등지려는 친구에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좋은 옷을 버리면 안 되지 않느냐고 위로하는 모습에서는 삶의 애환과 먹먹한 인간애가 묻어난다. 그의 이야기는 독자를 웃기고, 울리며 ‘단짠’의 면모를 오간다.
■ 피천득, 최인호, 장영희, 법정스님까지… 그리운 얼굴을 만나다
한국 수필의 자존심 ‘피천득’, 영원한 청년 작가 ‘최인호’, 희망의 삶을 증명한 영문학자 ‘장영희’,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천한 ‘법정 스님’. 《좋아요, 그런 마음》에서는 이제는 고인이 되었지만 샘터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베스트셀러 작가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저자와의 특별한 일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그리움으로 남아 있을 분들의 울림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2018년 4월로 창간 48주년(1970년 4월 창간)을 맞은《샘터》에 추억을 가진 독자들에게는 더욱더 뜻 깊은 선물이 될 것이다.
선생님은 아주 감동이 많으셨습니다. “아! 이 모란 봐라. 예쁘지!”, “저 애기들 봐. 와! 눈이 참 맑지.”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 티셔츠를 양복 안에 입고 외치시던 “대~한 민국” 그리고 천진스레 웃으시는 어린애 같은 모습…. (…) 그저 선생님 특유의 감탄사 정도로 여겼지요. (…) 영문학자이며 한국 최고의 수필가이신 선생님께선 저에게 영어를, 글 쓰는 비법을 한 번도 가르쳐주신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 자신의 삶을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하고 스스로 그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신 분은 금아 피천득 선생님뿐입니다. (p.83 참으로 전 행복한 놈입니다)
6년간 고생하며 최종 마무리한 박사 논문을 넣어둔 가방을 송두리째 도둑맞았던 장영희 교수님.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꼬박 사흘 밤낮을 기숙사 방에 틀어박혀 절망, 포기, 자살만을 생각했던 그녀는, 다시 벌떡 일어나 1년 후엔 훨씬 훌륭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아냈습니다. 더구나 ‘내게 생명을 준 부모님뿐 아니라 내 논문 원고를 훔쳐 가서 내게 삶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 다시 시작하는 법을 가르쳐준 도둑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논문 헌사까지 쓰는 인생 역전을 이루어냈지요. (p.138 도둑에게 감사합니다)
김성구_
에세이스트(라고 쓰지 말라는 저자의 부탁이 있었지만). 월간 《샘터》 발행인. 1960년생. 어쩌면 한국에서 가장 젊은 아저씨. 1995년부터 《샘터》 발행인 칼럼을 통해 매달 수만 독자를 만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클라크대학교(Clark university), 미주리대학교(University of Missouri) 신문대학원을 졸업, 1988년부터 신문기자로 일했다.
콧수염과 중절모, 반바지가 트레이드마크다. 한참 어린 직원들의 술주정 전화를 자주 받으며 동네 뒷산 산벚나무와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20년간 추억을 실어 날라준 ‘애마’ 1998년산 베르나를 애지중지한다. 뜨끈한 커피에 케이크를 먹을 때는 1인 1조각을 오롯이 즐기겠다는 욕심이 있으며 탈모로 인한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자연성애자’로 불릴 정도로 숲, 바다, 설원, 사막 등을 찾지만 반나절 이상 그 마음을 유지하는 게 힘들다. 하나를 얻으면 반드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많은 꿈을 희망한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고 식은 죽도 쏟아버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났던 좋은 마음,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있을 그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이명애_
일러스트레이터.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회 선정, 나미 콩쿠르 은상, BIB 황금패상 등을 받았다. 쓰고 그린 그림책으로 《플라스틱 섬》,《10초》가 있다.
이 책을 작업하며 세 번 정도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처음 미팅 때 저자가 “사실 오늘이 제 생일”이라고 수줍게 밝히는 모습에 한 번, 소녀가 썼다고 해도 믿을 만한 감수성 젖은 원고를 읽으며 두 번, 마지막으로 무에타이를 배운다고 하자 “응원하러 갈게요”라는 저자의 반응에 세 번. 솔직하고 의례적이지 않은 저자와 그 글 덕분에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