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속에 시린 칼날을 품은 사내 중산.
그 누구에게 곁도, 마음도 주는 일 없이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중산에게 어느 날 찾아든 거렁뱅이 아이 막동이는 그저 얼른 내다버리고 싶은 짐 덩어리일 뿐이었다. 귀찮고 성가셨다.
그러나 질기게 들러붙는 그 까맣고 지순한 눈동자를 차마 내칠 수 없어 그저 잠시 머물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패착이었다.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중산은 단숨에 사로잡혀 버렸다.
그 천연덕스러운 막동이가, 사랑스러운 막동이가 어느새 무딘 사내의 심장을 움켜쥐고 마음을 빼앗아 버렸다.
“은인님, 저는 은인님 없으면 못 살아요. 아시죠?”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빛만으로 중산을 사로잡아 버린 사랑스러운 막동이.
그러나 어느 달 없는 밤의 검은 우물처럼 깊은 비밀을 간직한 여인 여옥.
“막동아, 내 어여쁜 이야. 나 역시 네가 없으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세상 무엇도 붙들 수 없는 바람이었으나 막동이를 가슴에 품은 후 뜨거운 불이 되어버린 사내 중산.
그 두 사람의 시리도록 아프고 가슴 저미도록 격정적인 사랑 이야기.
<본문 중에서>
“은인님 없으면 저는 못 살아요. 어찌 살아요. 아시죠?”
막동이가 그리 말하지 않아도 중산 또한 그녀 없이는 못 산다. 그녀 없이 살았던 때가 지금은 조금도 기억나질 않는다.
“안다. 알아.”
그리고 중산이 막동이의 뺨에 입술을 겹치며 속삭였다.
“내게도 너는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소중하고 소중하여 행여 사라질까 두렵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이리 품에 안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올라 심장이 뻐근할 지경이다. 행여 너무 힘주어 안으면 터질까, 성기게 안으면 제 품에서 미끄러져 사라질까 그것이 다만 두렵고 두렵다.
이 마음을 무어라 불러야 할지 중산도 잘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
너 없으면 이제 나는 죽는다.
내게 너는 이미 나의 목숨이다.
“은인님…….”
이윽고 두 사람의 입술이 겹쳐졌다.
중산은 막동이의 말랑한 입술을 머금고 빨아들였다.
포근하고,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달금하다. 밀원인 듯 달기만 하다. 그러나 또한 뜨겁다. 어떤 불을 품었기에 이리 뜨거운가 생각하면 불은 저 자신이다. 달아오른 제 정염이 이리 뜨겁다.
그리하여 부드러운 훈풍처럼 다정하던 위무가 거센 불길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서로의 혀가 얽히고, 더운 숨결마저 얽혔다. 막동이의 가느다란 허리를 억세게 휘어 당기며 더욱 깊숙하게 입술을 맞물리는 중산의 갈급한 몸짓, 그 억센 손길과 열기를 받아들이며 가냘픈 제 여체를 중산의 단단한 몸에 밀어붙이는 막동이의 몸짓은 모두 같았다.
서로를 원하였다. 품고 싶고, 하나가 되고 싶었다.
“은인님…….”
신윤희(에드가)
내 인생 최고의 로맨스는 지금 쓰는 이 글이기를 항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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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망(渴望), 그 여름의 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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