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처음이란 것이 있어야 다음이 있는 법이었다. 여자가 된다는 것, 처음으로 남자를 받아들이는 일 또한 그랬다.
손가락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굵기의 남성을 담아내기 위해 여성이 의미 없는 저항을 하고 종국엔 피를 흘렸다.
고통의 비명이 쾌락의 신음이 될 때까지 동혁은 이를 악물고 스스로를 통재했고, 몸 아래 연인이 절정의 고지를 넘는 것을 지켜본 후에야 자신에게 욕망의 정점을 허락했다. 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둘 곳 없어 방황하는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려 손가락 깍지를 끼고, 입술을 막아 혀를 얽으며 천천히 여성을 열기 시작했다.
충분히 젖었기에 별 무리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여성의 내벽은 이완을 모르고 수축만을 반복해 동혁의 남성을 끊을 듯이 옥죄었다.
“윽. 애란아……. 힘 좀 빼 봐.”
“헉, 흣……으…….”
애란은 그의 요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맞물린 입술에서마저 벗어나려 도리질을 치고 있었다.
그렇게나 버거운 것일까. 동혁은 미안함과 안쓰러움에 자신의 고통을 뒤로 하고 잠시 허리를 멈추었다. 완전한 삽입이 아니었기에 그 역시 초인적인 인내를 요하는 행동이었다.
입술을 떼었다. 서로에게 속했던 숨결이 간헐적인 헐떡임과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의 흐름으로 분리되었다.
동혁은 깍지 낀 손 하나를 풀어 땀으로 번들거리는 애란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떼어 주었다.
촉촉한 눈망울에 맺혀있던 물기가 그에 또로록 눈꼬리를 타고 흘렀다. 아픔이었을까. 동혁이 입술을 내려 눈물길을 핥아 흔적을 지웠다.
“그렇게 아파? 그만……둘까?”
“하아……, 그럴 수 있어요?”
“…….”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입 밖에 낸 동혁이나 울다 웃으며 정말 그럴 수 있겠냐고 묻는 애란, 두 사람 다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조금만, 이렇게……. 그러게, 왜 이렇게 큰 거예요?”
편한 자세를 찾듯 몸을 트는 그녀로 인해 담겨 있는 동혁이 움찔거렸다.
“뭐?”
“그렇잖아요. 처음은 아프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누구도 기절할 것 같다고 말 해준 사람은 없었다고요. 그러니까,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동혁 씨에게 문제가 있는 거예요.”
“하!”
이제까지 누구도 크기에 불만을 터트린 여자는 없었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으나 동혁은 현명하게 짧은 감탄사만을 내뱉었다.
욕구 해소를 위해 호텔의 침실을 빌렸던 지난날의 섹스 라이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밤이었다. 자신의 집에 여자를 들인 일도 처음이거니와, 서툰 상대방에 맞춰 갈급한 욕망을 조절하는 것도 처음이었다.
사계절 중 본인의 생일이 있다는 이유로 봄을 제일 기다리는 여자.
딸과 나란히 서면 자매라는 오해를 받는 축복 받은 동안(童顔)의 소유자.
현재에 행복할 줄 알고,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딱히 답이 없는 명제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기도 하고, 사랑의 표현에 인색한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기도 하는 평범한 가정주부.
세상에는 사랑이 참 많다. 진부한 것 같으면서도 딱히 명제가 없는 것이 또한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을 표현함엔 늘 조심스럽고 이유가 많다. 필자(筆者)가 그리는 사랑 또한 그러하다. 진부함 속에서 하나의 가치관을 세우는 것이 바로 로맨스 소설을 엮어내는 작가의 소임이고 기쁨이라 믿고, 오늘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한다.
<출간작>
「갈망」,「황홀한 중독」,「그녀, 사막을 품다」,「사랑인가요?」,「그의 여자, 황진이」,「사슬」,「사랑, 소유, 그리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