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끔찍한 사건으로 말을 못 하고 흰색, 검은색, 회색만 볼 수 있는 전색맹이 된 혜인.
네 번째 자살을 시도한 그녀를 한 남자가 구해준다.
그런데 색깔을 볼 수 없는 혜인의 눈에 그 남자가 보인다.
총천연색으로. 지극히 아름답고 찬란하게.
혜인은 그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그 역시 혜인을 지독하게 탐닉하기 시작한다.
“보지 말라고 했지.”
위협 조로 그가 말했다. 하지만 안 볼 수가 없다.
이게 꿈이라면, 그래서 깨면, 모조리 끝이니까.
그러니 볼 수 있을 때 미리 실컷 봐둬야 한다. 만약 못 보게 되었을 때, 언제 어느 때고 다시 이 아름다운 순간을 떠올릴 수 있도록.
“아아. 그렇지. 넌 죽으려고 했어. 내가 아니었으면 넌 이미 죽었을 거야. 맞아?”
그가 엄지로 내 입술을 쓱 문질렀다. 그리고 이어진 건 사악한 속삭임.
“그러니까 그냥 죽었다 쳐.”
무슨……. 말이지?
“넌 그냥 죽었다 치고. 나한테 줘.”
“…….”
“내가 먹겠다고. 네 몸. 이렇게 예쁜데. 이대로 버리긴 아깝잖아.”
남자의 검은색 눈동자가 번들거린다.
“맛있게 먹어주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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