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해요."
그 순간 주변의 모든 공간이 움직임을 멈추었는지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그 고요함을 뚫고 어디선가 생기를 잃은 나뭇잎 한 장이 바닥으로 똑,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한 번 말해 봐."
"이혼해요."
남자는 마치 아무 이야기도 듣지 않은 것처럼 획하니 돌아서서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같은 보폭으로 현관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만!"
버럭 소리를 내지른 남자가 마치 그녀를 짓이겨버릴 듯이 노려보았다.
시커먼 눈동자가 당장이라도 불을 뿜어서 여린 몸을 활활 태워버릴 것처럼 이글 거렸다.
"돌아왔을 때 없다면……. 각오해."
쾅, 현관문이 닫히자 그녀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겨우, 정말이지 겨우 그에게 이혼을 이야기 했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어쩌면 그에게 듣게 될 지도 모르는 그 말, 기어이 그녀가 먼저 해 버렸다.
한 번도 이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적은 없지만 입 밖으로 꺼낸 순간,
마치 커다란 두려움 같은 존재가 밀려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꿋꿋이 그 순간을 견뎌냈다. 이제 이곳을 나가면 끝인 것이다.
“조금 더 솔직해질까?”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으면서도 감당할 수 없는 말을 하면 어쩌나.
여전히 두렵고 겁이 났다.
민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의미로든 여자를 원한 적 없었다. 모두, 날 버리고 간 그 여자처럼 보였거든.
평생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벗어나고 싶었다.”
“날 상대로 시험해 보고 싶었군요.”
“아니, 나 스스로를 시험해 보고 싶었지.
평생 이렇게 살 테냐, 아니면 그 지겨운 감정에서 벗어날 테냐. 그런데.”
“…….”
“결국, 내가 선택한 여자도…….”
“아니에요. 그게 아니에요.”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았고 내게, 물어보지도 않았어.
달랑 이혼을 원한다고만 말하고 사라져 버렸지.”
“아,”
민은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겨우 추스르고 얼굴을 감쌌다.
이런 게 아닌데.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결국 그녀는 강훈을 보듬어주지 못한 거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의 늪에서 벗어나려고,
님사랑
<출간작>
그대를 탐함, 노란 장미, 하룻밤의 결혼식, 당돌한 커플게임, 무향, 아마추어 노실장, 그녀의 외출, very hot. 심장을 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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