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국(西國)에서 가장 겨울이 혹독한 아르스란 제국.
시모네 아데마르는 과거의 인연을 찾아 낡은 골목길로 향한다.
그곳에서 마주친 옛사랑의 냉대에 그는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데…….
“……시모네.”
남자의 입에서 안개보다 더 짙은 저음이 흘러나왔다.
옛 연인의 부름에 시모네는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
“오랜만이야.”
남자의 눈이 동요로 흔들렸다.
예전의 쾌활하던 모습이 하나도 남지 않아 시모네는 가슴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레나트 라우리드센.”
탄식처럼 불린 이름에 남자, 레나트가 쓴웃음을 지었다.
한편, 시모네를 무너뜨리려는 백작의 음모로
두 사람은 진실의 조각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시모네가 몸을 돌리자 침입자가 그를 향해 말을 몰았다.
“막아! 각하께 가려고 한다! 침입자다!”
“암살인가? 이렇게 대낮에?”
검을 든 기사들과 창을 든 병사들이 그자에게 달려갔다.
미처 막을 새도 없이 시모네 앞에 도달한 침입자가 고개를 들었다.
후드 안에서 눈처럼 새하얀 백발이 너울거렸다.
“레……나트?”
복수를 위해 연인마저 저버렸던 시모네 아데마르와
그를 위해 제가 가진 걸 모두 버렸던 레나트 라우리드센의 상처 치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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