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추위와 몰아치는 눈보라에 점점 떨어지는 체온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 같네요. 예를 들면 접촉이죠…….”
“저, 접촉이요?”
“아주 은밀한 접촉까지……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생사의 기로에 선 남녀는 온기를 나누고자
떨리는 손끝에 서로의 몸을 맡기는데……
“아, 아직도 춥나요?”
“아니에요. 이제는 더워요. 아니 석준 씨 말대로 뜨거워요.”
뜨겁다면 성공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이마에서 땀 한 방울이 뚝 떨어져 내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서로의 몸 안에서 흘러나오는 물기에 쾌락을 갈구하는 움직임이 한결 수월해졌다.
이제는 멈출 수 없는 본능과 욕망이 그를 사로잡았다. 눈부실 만큼 붉은 태양이 바로 눈앞에서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가슴이 예뻐요.”
석준은 그녀의 몸 곳곳, 열꽃을 그려 넣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캔버스에 색을 채우듯 열꽃을 채우고 또 그려 나갔다.
당장에 그림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너무나 보고 싶었다. 석준은 그녀가 흥분하면 어떤 표정을 짓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몸 구석구석에 자신의 체취를 묻혀 두고 싶었다. 자신의 몸 아래에서 힘겹게 받아들이고 있는 그녀를 모조리 가슴속에 담아 두고 싶었다. 그녀를 길들이고 싶었다.
하석준의 여자로.
“유지안, 날 봐요. 내가 누구인지…….”
“하, 하석준…….”
“그래요. 나 하석준이에요. 내 이름을 꼭 기억해요. 기억하라고. 절대로 잊지 마요.”
“왜요?”
“당신의 첫 남자니까…….”
작가 : 민은아
출간작
연예인의 아내, 속도위반, 나일강의 연가, 부기장과 스튜어디스, 스폰서, 두 번째 결혼, 운명, 사진 속의 남자, 프러포즈, 중전, 부부놀이, 오해 외 다수